온라인 게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임업계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소니(Sony)의 PS2(플레이스테이션 2)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X박스 같은 콘솔게임에 중점을 두던 업계 강자들에겐 놀림감 정도였다.


게임업계는 게임 마니아들만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따라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시리즈로 제작되는 스포츠와 총격전이 난무하는 폭력적인 콘솔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12월 2일 온라인 게임의 강자 액티비전(Activision)과 비디오 게임의 강자 비벤디(Vivendi) 게임즈가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합병을 발표했다.


이번 합병은 지난 수년 동안 비디오 게임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단순히 게임 사업의 확장 뿐 아니라 전 세계 문화 예술계에 강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번 인수 합병은 주객이 전도된 대표적인 경우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의 개발업자인 비벤디의 자회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가 모회사인 비벤디를 쥐고 흔드는 합병이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으로 현재 전 세계 9백만 명이상의 게이머들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블리자드가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감안해 캘리포니아주 얼바인(Irvine)에 위치한 블리자드는 새롭게 합병된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에서 자신의 이름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비벤디는 회사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비벤디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대 주주로 경영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번 합병은 단순히 월 스트리트(Wall Street)를 즐겁게 할 또 하나의 인수합병이라는 점 이외에 좀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최근까지 게임업계의 성장 전략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기술에 능한 젊은 남성층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여성의 몸매나 스포츠, 폭력적인 게임 이외에 별다른 관심사가 없는 그룹이다.


그런데 이 젊은 남성층을 공략했던 지난 수년 동안 EA(Electronic Arts; 일렉트로닉 아츠)등 업계 강자들은 성장둔화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비디오 게임이 몇몇 젊은 남성들을 위한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차세대 주류 오락 매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이 새로운 게임을 출시했다.


이들은 그동안 게임업계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여성, 가족, 중장년층을 두루 끌어들일 수 있는 주류 오락으로서의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처음 등장한 게임이 2004년 발매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다. 이 게임은 북미에서만 수백만 명의 게이머들을 끌어들이며 개발업자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문화적 센세이션까지 일으켰다.


그리고 2005년에는 소규모 게임개발업체 하모닉스(Harmonix)와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 퍼블리셔 레드옥테인(RedOctane)이 기타 히어로(Guitar Hero) 게임을 출시했다. 클래식 록 음악에 맞춰 플라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이 게임은 시리즈 게임으로 타격을 입었던 주요 게임 퍼블리셔들이 보기엔 성공가능성이 없었다

그런데 기타 히어로가 수백만 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로 헤일로(Halo; 외계인들에게 총격을 해대는 게임)나 GTA(Grand Theft Auto; 창녀들을 때려눕히는 게임) 등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계층에 어필한 것이다.


기타 히어로의 성공이후 이전에는 토니 호크(Tony Hawk; 스케이트보드 게임 시리즈) 등 기존 게임에 더 의존하던 액티비전이 2006년 레드옥테인을  인수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해 업계 강자인 닌텐도(Nintendo) 역시 이제는 단순히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상대로만 마케팅 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닌텐도의 위(Wii)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의 매출을 능가했다. 위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 때문에 성공했다.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게임이며 사용하기 편리하고 쉬운 제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위, 기타 히어로의 성공은 비디오 게임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폐쇄적인 지하실에서 벗어나 주류인 거실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


결국 액티비전-비벤디-블리자드가 합병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위, 기타 히어로 등의 게임들은 게임이 과거에 비해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게임들은 더 많은 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토요일 밤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16-35세 남성들만이 아니라 모든 계층에게 어필한다.”고 로버트 코틱(Robert Kotick) 액티비전 최고경영자가 월요일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새로운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최고경영자가 될 것이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보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게임은 야후의 게시판이나 인맥관리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MySpace)나 페이스북(Facebook)과 많은 공통점이 있다. 게임을 인적 네트워크 형성으로 보게 되면 게임의 영향력은 더욱 더 커지게 된다.”고 로버트 코틱(Robert Kotick) 최고경영자가 말했다.


블리자드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모하임(Michael Morhaime)은 인수합병이 끝난 후에도 경영진에 남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블리자드의 팬들은 ‘블리자드 매직’이 곧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할 필요는 없다.

 

“게이머 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추세다. 액티비전과 블리자드 모두 게임의 종류, 지리적 여건, 연령대에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 회사 모두 이런 추세에 힘입어 더 많은 사람들을 게임에 끌어 들일 수 있을 것이다.”고 모하임(Morhaime) 블리자드 최고경영자가 어제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출처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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